빵을 만드는 것은 과학적인 작업일지 모르지만 결과를 염두에 두고 달인의 기술을 가지는 것, 야생의 자연을 이해해서 조작하려는 것과는 아주 다른 작업이다.
빵을 만들때는 오로지 한가지의 유기체만 조절하면 된다. 숲과 같은 생태계에서는 말 그대로 수백만 개의 유기체가 있다. 생태계 논리대로 해보려 하면 반드시 의도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얻게 되는데, 그 시스템을 이해하기에는 자연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가 빵 만드는 레시피다. 빵 반죽은 이스트 세포의 배양 조직이다. 광물질 때문에 소금이 약간 필요하고, 에너지 원이 될 밀가루와 설탕 그리고 따뜻한 온도(뜨거우면 이스트가 죽고 이스트가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가 필요하다. 세포가 자라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가스방울들은 밀가루를 더하여 반죽을 부풀려서 다공성으로 만들면 그 안에 갇힌다. 이스트 세포가 더 많을수록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아진다. 하지만 이스트세포는 산소가 떨어지거나 자기가 만든 이산화탄소가 잠기게 되면 성장을 멈춘다.
그래서 가끔 반죽을 두들기고 주물럭거려서 불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고 산소가 들어오도록 한다. 그런 후에 다시 부풀어 오르면 기름을 두룬 팬에 넣어서 위가 갈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이게 빵이다. 다양한 맛을 내고 싶으면 굽기 전에 반죽에 당근, 주키니호박, 사과, 건포도 등 이것저것 다 넣는다.
지금 이글을 쓰는 동안 오늘의 빵이 구워졌다. 빵 반죽을 섞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오늘은 먹다 남은 오트밀, 다 쓰지 못하고 남은 연유, 통밀가루를 약간 섞었다.
치즈나 고기, 양상추 같은 것들을 끼워 넣지 않아도 식사거리로 부족함이 없다. 그저 버터만 약간 있으면 된다.